1. 서론
‘법’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은 법이 우리의 일상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우리 사회에서 법이 지향해야 하는 가치와 법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실정법은 그것만으로도 법이며 강제력과 정당성을 가지는지, 부정의한 법은 법이 아닌가는 법철학의 해묵은 논쟁이다. 본문은 비실증주의자(자연법론)와 법실증주의자들의 기본 주장을 살펴보고 이에 입각해‘부정의한 법도 법인가, 아니면 법이 아닌가?’논쟁의 논점들을 살펴본 뒤 본인의 견해를 정리해 보겠다.
2. 본론
1)비실증주의자(자연법론자)들의 견해
가. 개요
이들은‘부정의한 법은 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그러한 근거로 법과 도덕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며 실정법 이상의 총합을 담고 있어야 법이기 때문이다. 법은 문언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타당하고 근본적인 도덕원리를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도덕원리는 법에 대해 판단하는 기준이자 법 자체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가 된다. 따라서 도덕원리를 중대하고 현저하게 위반하고 있는 법이 있다면 그것은 부정의한 법이기에 법이 아니라 할 수 있다. 즉, 최소한의 법이 가져야 하는 자격이 미달이며 그러한 법은 무효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법에 내재된 도덕원리는 상대적이고 추상적인 것이 아니며 누구나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실정법은 자연법에서 내려오는 것이라 할 수 있고 자연법의 원칙에 맞는 실정법은 효력을 가진다고 비실증주의자들은 주장한다.
나. 비실증주의의 흐름
(1)고전적 비실증주의자(자연법론자)들의 주장
토마스 아퀴나스는 자연법적인 관점에서 중세 정치질서와 법질서를 정당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법을 4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는데 영구법, 자연법, 인정법, 신정법으로 나누었다. 영구법은 우주의 지배자인 신이 인식하고 계획했으며 명령한 것이다. 신정법은 영구법이‘기독교의 성경’에 명시된 도덕, 법규범을 의미한다. 아퀴나스는 자연법을 오직 인간에게만 적용되며 합리적 행동의 본원적 원리들의 형식이라 주장했다. 아울러 입법자가 제정한 규범이 법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자연법에서 주장하는 도덕적 요건과 형식적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8세기 영국의 윌리엄 블랙스톤은 <잉글랜드법 주해>에서 자연법으로 실정법을 정당화 하려했다. 또한 <미국독립선언>과 프랑스혁명기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에서도 이미 주어진 권리라는 자연권 관념이 등장했다. 즉, 18~19C의 유럽 혁명기의 철학자들은 천부 인권의 자연권이 사회계약을 통한 통치 및 정부의 형성, 운영을 정당화하는 원리로 제시되어 실정법에 한계를 부여하였다.
(2) 현대의 비실증주의자(자연법론자)들의 주장
현대의 비실증주의자들은 다양한 조건에서도 합리적 시민이라면 누구나 수긍할 공통의 가치에 입각한 자연법론을 주장한다. 즉, 인정의 근거는 달라도 가치 자체에 대해 수긍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피니스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자연법론을 계승하며 기본적 선이 그 자체로 좋다는 점이 자명하다고 주장하며 7가지의 보편적이고 불변한 자연법의 원리를 제시함과 동시에 이러한 원리에 위배되는 법은 정의에 반하여 구속력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풀러는 법에는 내적 도덕성이 있고 규범이 법질서가 되기 위한 합법성의 원리를 주장했다.
드워킨은 법에는 확정적 법규범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원리가 있다는 ‘법원리주의’를 주장했다. 이는 법이 정당성과 구속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법 외적인 요소가 개입이 되는 것이 아니라 법 그 자체로 원리적 일관성과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구현하는 구체적 방법으로 법텍스트를 ‘구성’하여 정합적 내용을 갖춘 ‘최선의 법’을 산출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2)법실증주의자들의 견해
가. 개요
법실증주의자들은‘부정의한 법도 법이다.’라고 주장한다. 근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법은 행위를 지도하는 공적 규율로 누구나 존재를 식별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예측가능성이 보장되고, 공동생활이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며 법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현재의 법을 기술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며 그런 의미에서 현재 존재하는 실정법만 법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나. 고전적 법실증주의자들의 주장
법실증주의는 프랑스혁명기 이후 19C 서구권의 사회경제 상황을 배경으로 하여 시민사회의 안정화, 경제활동의 안정된 법적 기초 창출, 국가의 간섭에 대한 법적 제한을 위해 연구하는 과정에서 정립된 것이다.
벤담은 법의 역할로 사회적 상호작용 행위를 조정하며, 사회적 삶 자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자 주권자의 명령이라 주장했다. 다만, 설명적 법리학과 비평적 법리학의 과업을 구별하여 복종과 비판을 구별하였다.
오스틴은 법은 주권자의 명령이며 주권자는 누구에게도 복종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복종시키는 존재라고 규정하며 법을 제정하는 것은 주권자라는 법실증주의에 입각한 주장을 했다.
다. 현대의 법실증주의자들의 주장
켈젠은 사실과 규범(당위)를 구분하는 이원론을 주장하며 법실증주의를 공고화시켰다. 켈젠은 법의 효력규범은 상위 법규법인 하나의 효력원천으로 통일되어 있는 법질서가 있음을 주장했다.
하트는 법은 ‘사회적 규칙’이라 주장하며 법은 일차적 규칙과 이차적 규칙이 결합했다고 주장했다 이차적 규칙에서 무엇이 법인지 인정하고 효력을 판별하는 승인규칙을 주장했다. 승인규칙은 법체계 내에 존재하는 것으로 법 공직자들에 의해 ‘내적 관점’으로 수용되는 것을 의미한다.
라즈는 여기서 더 나아가 도덕원리가 포함되면‘권위적 속성’을 잃으므로 이를 아예 법에서 배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3) 8가지 측면에서 본 법실증주의와 비법실증주의자의 논쟁
가. 명확성의 측면 : 법실증주의자는 법 표현이 명확해서 누구나 그 내용을 알 수 있게 명확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에 대해 자연법론자는 언어의 근본적 불명확성에 근거하여 법 언어도 마찬가지로 명확하지 않으므로 규범적 고려 아래에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 현실적 측면 : 법실증주의자는 현실적으로 법이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나 자연법론자들은 사건의 판단을 내리는 법관에게 법실천의 용기를 부여하는 것이 자연법이라 주장한다.
다. 법적 안정성 측면 : 법실증주의자들은 법적 안정성을 위해 어느정도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고주장하지만 자연법론자들은 실질적 정의를 위해 법적 안정성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라. 상대주의 측면 : 법실증주의자들은 도덕원리 같은 외적 요소가 개입되면 법문언의 해석과 적용이 자의적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자연법론자들은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이 있다고 주장한다.
마. 민주주의 측면 : 법실증주의자들은 헌법재판소 등의 법 안에서의 입법 통제를 통해 국민 기본권 존중이 가능하다 주장하나 이에 대해 자연법론자들은 그것만으로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바. 불필요성 측면 : 자연법론자들은 도덕원리가 내재하면 굳이 불필요한 소급입법을 하지 않아 경제적이라 주장한다.
사. 편법 측면 : 법실증주의자들은 법문의 의미가 명확해야 편법이 생기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자연법론자들은 단순히 행위 시 법적 상태의 확정을 위해 도덕원리를 적용할 뿐이라 주장한다.
4)본인의 견해
해당 논제에 대해 본인은‘부정의한 법도 법이다’라고 법실증주의자들의 견해를 택하며 몇 가지 이유를 들어보려 한다.
첫째, 오늘날 실정법의 제정 절차에서 도덕원리가 충분히 고려된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1인 통치자가 자의적인 목적 혹은 방법으로 법을 제정했다면 오늘날 사회에서 법이 만들어지는 절차 자체에서 공동체의 도덕원리가 포함된다. 이는 하트의 ‘승인규칙’이 포함된 법 제정 과정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만들어진 법은 입법 당시의 도덕원리를 내재하기에 실천 과정에서 입법 취지를 벗어나 다른 외적인 원리가 개입하게 되면 만들어져 있는 법의 권위와 안정성이 흔들리므로 소위 ‘목소리’가 큰 사람의 권위나 영향력이 오히려 법이 되는 역설을 내포한다.
둘째,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여 생활하기 위해 명확한 규칙이 필요하다. 현대사회는 다양성이 강조되는 사회로 각자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사회이다. 그런데 법 문언에 외적 요소가 개입하게 되면 각자 자신의 권리에 입각한 법 해석을 얼마든지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 공통된 선에서 사회 구성원이 합의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고 이것이 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다양성의 요소를 하나의 추상적 언어로 규율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누군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상대적 요소의 반영으로 혼란에서 오는 불이익보다 예측가능성과 안정성이 가지는 이익 중에서 후자가 법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약자를 더 위한 사회 질서를 지키기 위해 유리하다고 판단된다.
셋째, 잘못 제정된 법에 대한 사회적 견제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자연법론자들의 주장은 객관적 도덕원리를 적용했을 때 부정의한 법은 법이 아니므로 부정의하게 만들어져 있는 실정법은 강제력이 있는 법이 아니라 결론짓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잘못된 법을 고치기 위해 공인된 법적 절차들이 다양하게 있고 이를 따라 법을 고치는 것이 법적 권위와 안정성에 도움이 된다. 다만 일반인들에게 그러한 과정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다는 점은 보완해야 할 부분으로 사료된다.
이러한 근거로 한번 만들어진 법은 부정의한 법도 법이다’라고 생각한다. 물론 오늘날 현대 사회의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사회 환경이 변한다면 이 견해도 유연하게 바뀔 수 있다 생각한다.
3. 결론
지금까지 비실증주의자와 법실증주의자들의 주장들을 살피고 논제에 대해 본인의 주장을 제시했다. 두 가지 주장들의 논거가 그렇게 유리된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다만 궁극적으로 오늘날의 법은 모든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어야 한다는 기본 명제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참고 문헌
-정준영,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서울지역대학 북부학습센터 출석수업, 한국방송통신대학교, 2023. 9. 10.
-이상영・김도균, 『법철학』,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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