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2013. KBS를 대표하는 청소년드라마. 십수년 전부터 제작되어 여러 시리즈가 나왔고 이번 학교 2013은 학교의 다섯번째 시리즈물이다. 우리나라에서 시리즈 드라마로는 최다라고 들은 것 같다. 장르가 청소년 드라마인만큼 많은 청소년 배우들을 기용했었고, 학교를 통해 대스타의 반열에 오른 연예인도 여럿 된다. 그만큼 전통(?)있는 드라마이다.
학교의 다섯번째 시리즈인 학교 2013은 역대 학교 시리즈 사상 가장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려고 한 드라마라고 한다. 실제로 드라마 안에는 교권추락, 학교폭력, 왕따, 인성 대신에 성적만 보는 세태, 학생이 원하는 것을 못하게 하는 사회 등 문제적인 현실을 충분히 반영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하면서 순간순간 산발적인 생각이 들긴 했지만, 내가 가장 크게 느낀것은 결국에는 학생이 아닌 교사를 위한 작은 힐링이었다는 것이다.
청소년 드라마이고 주된 스토리의 전개는 물론 학생들이 맡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극의 전개에 교사의 사연과 고민을 빼놓을 수 없다. 그것도 적나라하게.(담임도 학생과 동등한 비중이랄까? , 아니 더 많을지도).
고남순과 박흥수, 오정호와 친구들, 그리고 성적밖에 모르는 철부지 은혜와 경민이, 부모님 등쌀 견디기 힘든 민기와 하경이, 등등 반아이들의 사연도 참 많다. 그러나 학교의 진정한 주인공인 정인재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정인재 선생님은 신분부터 불쌍하다. 기간제 5년차 국어교과 교사. 현실적으로 기간제 5년차면 임고계로 돌아가기도 힘든 처지다. 게다가 힘없는 막내교사로 잡무와 골칫덩어리인 2반까지 떠맡는다. 그러나 그런 시련따위에 굴하지 않는다고 2-2반에서 애를 쓰지만, 불쌍한 신분에서 비롯되는 약함 때문인지 아이들에게도 무시당한다. 수업따위는 들을생각도 안하고 자기보다 힘이 약한 여자라는 이유로 정인재 선생의 말은 남학생들에게 무시되기 일쑤다. 심지어 오정호는 정인재 선생님에게 폭력까지 행사했으니.
정인재 선생님은 전형적인 이상주의자다. 학교는 한사람만을 위한 학교가 아닌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약자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급지도와 교과지도 모두 이상주의적으로 진행한다. 자신에게 폐를 끼치기만 하는 오정호를 끝까지 놓지않고 학교에 데려오려고 노력하던 모습, 이곳저곳에서 수능형 수업을 강요하지만 꿋꿋하게 내신형 수업을 고집한다.
이러한 불안정한 신분과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는 이상주의는 현실의 학생, 동료교사, 학부모에게 모두 외면당한다.아주 철저하게. 그것이 정인재 선생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라 할지라도 철저하게 외면당한다.
학교 2013은 이렇게 정인재 선생이 자신의 교육적 이상추구 - 어려움을 겪음 -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으로 전개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그 진행 과정의 고민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정반합을 이럴떄 쓰는걸까.?)
수능형 수업과 내신형 수업의 고민과정, 학급지도에 있어서 오정호를 잡을것인가 아니면 다른 학생들을 위해 놓을 것인가, 시험문제를 내는데 있어서의 애로사항, 사교육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 교장교감과 학부모들에게 어쩔수없이 치인 일을 학생들은 다르게 해석해서 생긴 오해와 고민들, 등 충분한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교사의 입장에서 학생을 대하는 시선을 나름대로 잘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점이 학교 2013에서 좋았던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정인재 선생님의 이상주의적 교육관을 학생과 교장 학부모가 알아주는 드라마가 끝날 시점 정인재 선생님이 얼마나 기쁘고 자신의 길은 선생밖에 없다고 생각하는걸 보고 있으면 정말 감정이입이 될 것 같다니까.
극중 학교에는 다양한 유형의 선생이 등장한다. 열혈교사를 꿈꾸다 좌절한 강세찬, 원칙주의자이나 마음은 따뜻한 엄포스, 인생을 해탈한 듯한 부처같은 느낌의 체육선생님, 차가운 현실주의자 교장, 승진밖에 모르는 교감, 자기할일밖에 모르는 다른 선생님, 철없는 초임 다른 여자선생님2같은 다양한 유형의 선생님이 나온다. 여기 등장하는 모든 선생님들이 정인재 선생님을 무시하지만 극이 끝날 무렵에는 진정한 교사임을 인정하게 된다. 다양한 유형의 선생들이 처음부터 엉망같은 생각을 가지고 교사에 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인재 선생을 보고 교직이 뭔지 다시한번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그것이 드라마 피디가 주는 이야기 중의 하나일까. 마지막회에서 나온 체육선생의 결국 교육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교사일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은 그런 의미일 듯하다. 왜냐면 극중 발생한 모든 문제의 해결은 정인재 선생의 이상주의적 교육관에 따른 사람냄새나는 가슴따뜻한 교육이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문제들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학교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하기엔 너무 거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 사회는 그것을 해결할 능력이 그다지 있지 않다. 그렇기에 해결할 수도 없는 모든 문제의 화살이 교사에게 돌아오는 것이고, 교사에게 너무나도 무거운 짐을 지우고 있는 것이다. 의욕 넘치던 선생님들이 현실에 부딪쳐 점점 변해갈 수밖에 없는 모습들은 어쩔 수 없는 사회적 현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을 버티고자 하는 교사조차 없다면 현실(학생)은 정말 희망조차 없는 암울한 나라일지도 모른다. 결국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 사명감을 가질 것. 학교 2013은 이런 희망이 되려고 했던 교사를 위해 던지는 작은 힐링 메세지 아닐까. 어찌됐든 결국 종업식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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